"젖은 수건으로 문틈·입·코 막아"…대구아파트 화재구조 순간
송고시간2024-12-02 11:40
"화장실서 물 틀고, 수건 5∼6번 반복해 물에 적셔 사용하며 버텨"
계단으로 내려가다 연기 많아 이웃 세대 화장실로 피신하기도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었습니다."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구조된 주민들은 119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주민 노모씨는 "23층에서 16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연기가 많이 올라와서 16층 이웃 세대 화장실로 피신했다"며 "거기서 젖은 수건으로 화장실 문틈을 막고 젖은 수건을 입과 코에 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아파트 15층에서 시작됐다.
노씨는 "구조대가 오기 직전에는 연기가 화장실까지 조금씩 들어와서 숨쉬기가 힘들었다"며 "이대로 죽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소 뉴스에서 화재 대피 요령을 알려준 걸 기억해둬서 정말 다행이었다"며 "119 구조대도 빨리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19층에 거주하는 한 일가족도 젖은 수건을 활용해 119 구조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일가족 중 1명은 "현관문을 열었는데 연기로 가득 찼었고 냄새가 너무 심하고 무서워서 나갈 수가 없었다"며 "TV에서 본 대로 화장실로 가서 젖은 수건으로 문틈을 막고 물을 틀고 10여분을 버텼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수건을 5∼6번 반복해서 물에 적셔서 활용했다"며 "119구조대가 오기까지 10여분 정도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층 주민인 하모씨도 "대피하라는 아파트 방송이 나오자마자 수건을 물에 적셔서 입과 코를 막고 자세를 최대한 낮춰서 계단으로 대피했다"며 "평소 방송이나 소방 안전대책 홍보물을 봐둬서 그대로 했다"고 안도감을 내비쳤다.
소방 관계자는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 자력 대피가 어려울 경우 대피 공간, 경량 칸막이, 하향식 피난구 등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대피하고 대피 공간이 없는 경우 화염, 연기로부터 멀리 이동한 뒤 문을 닫고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막고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력 대피가 가능한 경우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으로 이동하고 엘리베이터는 타면 안 된다"고 밝혔다.
대구소방본부는 1시간 6분여 만에 초진을 마치고 잔불을 정리했다.
현재까지 9명이 구조됐고 21명이 자력 대피했으며 모두 단순 연기흡입 등 경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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